* 와이즐리 프로덕트 매니저이자 공동창업자인 김윤호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와이즐리, 나는 별로던데...
창업 이후 사적인 자리에서 와이즐리를 소개할 때가 있다. 브랜드 이름을 말하는 순간 마주하는 사람들의 표정, 눈짓은 숨길 수 없다. 시선을 피하며 ‘아, 음..’ 이라고 반응하는 사람과 가성비가 좋다며 엄지를 올리는 사람이 있다.
후자와의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된다. 그들은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엄지를 올린다. 전자는 침묵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집요하게 물어보면 ‘사용해 봤지만 절삭력에 실망했다’는 답이 나온다. 그나마 내가 눈앞에 있으니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던 거지,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평가조차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조용히 브랜드를 이탈하셨거나 주변에 와이즐리 쓰지 말라고 한 마디 남겼을 것이다. 그렇게 부정적인 피드백은 생산자가 아닌 주위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소비자라면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이다.
제품에 대한 비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하다. ‘와이즐리'를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와이즐리는 블로그 협찬을 거의 하지 않아 좋은 경험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따뜻한 칭찬 글만 살피지 않는다. 브랜드 이름에 ‘단점’을 붙여서 검색하고, 익명의 커뮤니티에서 적나라한 후기까지 찾아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와이즐리라는 말에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은 모두 커뮤니티에 있었다. 창업 이후 매일 그곳을 방문해 댓글을 읽고 있다. 읽고 나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갈 길이 멀다
브랜드는 고객들이 성장시킨다. 브랜드 경험이 너무 좋으면 친구에게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추천하고, 경험이 나쁘면 주변 친구를 말린다. 이것을 ‘고객 추천 지수(NPS, Net Promoter Score)’라고 한다.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회사라면 국내/해외 가릴 것 없이 NPS를 기준으로 브랜드의 영향력을 판단한다.
와이즐리도 NPS를 중요한 기준으로 정해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한다. 단순 매출액보다 NPS의 우선순위가 더 높을 정도다.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 집착해야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추천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객 추천 지수라는 말은 어렵고 낯설다. 하지만 누구나 일상적으로 브랜드와 제품을 옹호하거나 비판한다. 친구와 편의점에 갔을 때조차 ‘저 음료는 맛없다, 저 과자는 맛있다’ 평가하는 것이 그 예시이다.
그런데 이 점수는 매우 짜다. 고객은 ‘이 제품을 얼마나 추천할 것 같냐’는 질문에 0점부터 10점까지의 점수를 줄 수 있는데 오직 9, 10점을 찍어야 진짜 추천 고객으로 분류된다. 0점부터 6점까지는 부정적인 사람으로 판단되며 7, 8점은 지수를 측정할 때 아예 배제된다. 적당히 만족해서 쓰는 사람은 진짜 추천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와이즐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시선을 돌린 사람은 추천에 부정적인 고객일 확률이 높다.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은 따뜻하지만은 않다. 내가 만든 제품을 차갑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와이즐리는 핵심 지표인 NPS 조사를 매달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부정적인 고객이 늘어나고 있었다. 주로 면도날의 절삭력 때문이었다. 물론 적극 추천하는 고객도 늘고 있었다. 하지만 추천 고객보다 비추천 고객이 NPS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실제로도 소비자는 칭찬보다 비판을 많이 한다. 칭찬은 스스로의 평판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차갑고 냉정한 브랜드 평가의 세계이다.
와이즐리는 누구나 압도적인 퀄리티의 제품을 놀라운 가격에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NPS가 계속 낮아지면 와이즐리는 성장하지 못할 것이고, 이 믿음을 현실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매일 커뮤니티와 리뷰들을 보면서 저 빨간색을 초록색으로 바꿔야 한다고 다짐했다.
NPS에 집착해 성장한 브랜드가 존재할까?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단언할 수 있다. 위대하다고 평가되는 브랜드 대부분이 그렇다. 그들의 위대한 숫자를 참고하자. 참고로 2021년 3월 외부조사 결과 와이즐리의 NPS 는 7.5점으로, 면도기 브랜드 중에서는 2등이었다. 2등이지만 이들에 비하면 갈 길이 한참 멀었다.
그럼 해결해야지
와이즐리의 기존 면도날(지금은 SENS로 이름붙였다)도 부족하기만 한 제품은 절대 아니다. 런칭 당시에는 한국 남성들의 수염이 서양권에 비해 많거나 두껍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더 부드러운 면도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면도날만 출시했다. 90%가 넘는 정기구매 재구매율은 이 면도날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많은 고객들이 사랑해주고 있다. 다만 수염이 굵은 누군가에게는 이 면도날이 부족한 제품이었다.
와이즐리는 100년 넘게 면도날을 연구하고 전 세계에 면도날을 공급해 온 글로벌 제조사와 일한다. 독일과 미국의 엔지니어들은 와이즐리 런칭 이후 우리 면도날의 한계점에 대해 질릴 만큼 들었다.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와이즐리 관련된 글과 리뷰를 모조리 긁어서 번역하고, 실제 고객들의 제품 만족도를 판단할 수 있는 재구매율 자료도 월 단위로 보여줬다. 불만을 느꼈던 고객들에게서 회수한 면도날 수십 개를 모아 항공특송으로 독일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들은 매번 우리의 집착에 감탄하면서도 괴로워했다.
2020년 8월,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면도날을 보내줬다. 면도날의 공학적인 특성을 요약한 자료도 보내주었다. 독일과 미국의 엔지니어들을 신뢰하지만, 더 냉정한 결과를 보고 출시 여부를 판단하고 싶었다.
우리는 ‘이미 와이즐리에 실망해서 지금은 다른 면도기를 쓰고 있는(..) 고객들’에게 면도날을 보내드리고 인터뷰를 했다. 제품 사용 중단 이유를 묻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색한데, 속기록을 다시 읽어봐도 잔잔하게 실망한 느낌이 흐른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면도날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이탈한 고객들 중 70%가 지금 쓰는 타사 제품 대비 만족스럽고, 80%가 기존 와이즐리 제품 대비 더 만족스럽다고 답변해주었다. 제품은 합격이었다.
이때가 2020년 9월이었다. 그리고 PRO 면도날의 런칭은 2021년 7월이었다. 출시까지 약 1년이 걸렸다. 제품은 합격이지만 와이즐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였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제품이 합격이라고 바로 판매할 수는 없었다. 신제품이 나왔어요! 라며 공지 몇 줄 적는 것은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PRO 면도날은 고객들의 아쉬움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고객들에게 제품을 잘 알리는 것은 물론 고객 경험을 더 섬세하게 만들고 싶었다. 고객들과 PRO 면도날 출시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더니 질문 수십 가지를 들을 수 있었다.
면도날 타입이 하나라서 기존 웹사이트 구매 경험이 간결했고, 그렇게 기존 면도날을 구매하던 고객이 수십만 명이었다. 기존 고객은 물론 앞으로 들어올 수많은 고객들에게 명확한 기준으로 선택권을 드리고 싶었다. 그 준비에 1년이 걸렸다.
면도날은 절삭력만 좋으면 된다고?
면도날을 고르는 남자들에게 뭐가 중요한지 물어보면 “절삭력 아닌가요?”라고 한다. 나는 아무리 남자라도 이렇게 단순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섬세하다. 생활용품은 맘에 들지 않아도 대안이 많거나, 제품의 가격이 낮아서 아쉬운 점을 잊고 지낼 뿐이다.
그래서 고객들과 몇 시간씩 인터뷰를 하고, 30,000개가 넘는 리뷰도 읽어봤다. 면도날을 고를 때 ‘절삭력’은 뭉툭한 단어였다. 실제 고객들은 10개가 넘는 기준으로 복합적인 평가를 한다. 아래는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좋은 면도날의 기준이다.
취향을 존중하자
새로운 면도날 PRO와 스테디셀러 SENS. 누가 어떤 면도날을 좋아할까?
모두가 좋아하는 완벽한 제품은 세상에 없다. 고객마다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 누구는 더 좋아하고 누구는 덜 좋아한다. 그 경계를 찾아야 좋은 경험을 만들 수 있다. 그럼 각 고객에게 PRO와 SENS 2개의 면도날을 사용해보게 한 다음, 위의 기준들로 평가된 데이터를 보면 어떤 고객군이 무슨 제품을 좋아할지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었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2개의 면도날을 써 보고, 위의 10개 기준에 따라 평가한 후 최종적으로 마음에 드는 제품을 1개 선택하게 했다. 고객들은 PRO, SENS 관계없이 본인이 선택한 제품이 10개의 기준 모두에서 더 우월하다고 답했다. 놀라운 결과였다. 더 잘 이해하고 싶어 이들의 과거 면도 경험까지 조사해보았다.
유일하게 발견한 차이점은 SENS를 선택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민감한 피부라고 생각하고 있고, 과거 면도를 하며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컨셉을 여러 개 만들어 또 테스트를 해보았다. 그 결과 PRO는 절삭력과 퍼포먼스에, SENS는 민감피부에 특화되었다고 소개했을 때 만족도나 재구매율이 가장 높았다.
PRO와 SENS의 포지셔닝은 이렇게 결정됐다. 각자의 취향을 알았으니 면도날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웹 경험을 설계하고, 퀴즈도 만들었다. 우리는 고객의 취향에 따른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고민을 없애자
와이즐리는 PRO 런칭 초기 고객들이 1개의 면도날을 선택하면 ‘선택하지 않은 면도날’을 무료로 선물했었다. 여기에도 당연히 데이터와 고객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할 때마다 같은 결과가 나온 지표가 하나 있다. ‘고객이 고민할수록 구매전환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또 테스트했다. 고객들에게 웹사이트에서 PRO/SENS에 대한 설명을 읽고 2개 중 하나의 면도날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실제로는 2종류의 면도날을 모두 주었다. 고객들이 2개의 면도날을 각각 2주간 사용한 후, 최종 선택과 평가를 받았다. 즉, 고객들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2번 있었다.
누가 남성 고객들이 둔감하다고 했던가? 세상 예민한 고객들이었다. 본인의 선택을 바꾼 사람은 제품 만족도와 구매전환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종 선택한 제품이 같더라도 처음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하면 이상하게 제품에 만족하지 못했다. 만족도 차이는 약 50% 이상이었다.
이유는 둘 다 좋은 선택지라서다. 내가 놓치게 되는 아쉬운 선택지가 생겨 ‘고민의 과정’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 SENS 제품을 선택한 고객들은 PRO 제품을 선택하지 못해서 아쉬워했고 사용 과정에서도 고민을 했다. 그 고민은 최종 선택할 때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2주간 고민을 계속한 고객은 결국 만족도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 고민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빠른 선택을 도우며 ‘잘못 골라도 괜찮다’는 안심을 줘야 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선택하지 않은 면도날’을 무료로 드린 이유다.
구매 경험까지 빈틈없도록
다양한 시도 끝에 고객들이 원하는 면도날을 선택해 고민 없이 써보고 결정하는 경험을 만들었다. 당연히 개발팀, 물류팀, CX팀, 회사의 모든 팀원들에게 힘든 작업이었다. 신제품을 내는 데 이렇게까지 고객 경험에 집착하는 건 어디서도 하지 않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니 레퍼런스가 없어 답을 찾기 더욱 어려웠다.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고객들의 데이터를 보고 납득해주신 모든 팀원들에게 지금도 고맙다.
PRO는 신제품인 만큼 원가가 더 비쌌다. 그럼에도 PRO 면도날과 SENS 면도날의 가격은 똑같이 설정했다. 나의 면도 고민이나 취향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굵은 수염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더 많은 돈을 내고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래서 와이즐리컴퍼니의 모든 제품은 타입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 않다.
그 결과
이렇게 공을 들인 신제품은, 큰 성공보다 좋은 교훈을 얻으며 끝났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아프지만 결과가 그렇다.
와이즐리는 이탈한 기존 고객, 그리고 신규 고객들에게 대대적으로 새로운 면도날의 등장을 알렸다. 커뮤니티와 게시판을 몇 주 동안 뒤져 부정적인 평가를 주신 고객들을 찾아서 연락드리고, 신제품 면도날을 선물했다. 수십만 명의 고객들에게 CRM을 보내 ‘우리 이제 변했다’고 말했다. 위의 사진은 실제로 커뮤니티의 부정적인 댓글을 그대로 복사해서 맞춤 인쇄한 패키지다.
이탈한 고객들은 새로운 면도날에 만족스러워했고, 브랜드에 감동하며 다시 와이즐리를 구매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총 35,000명이 한 달 만에 와이즐리로 돌아와주었다.
고객 추천 지수 또한 우리가 목표한 대로 올랐다. 본인에게 맞는 면도날을 선택할 수 있었기에 면도날의 절삭력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줄었다. 그 결과로 재구매율도 PRO 면도날 런칭 대비 20~30%가 증가했다.
문제는 신규 고객이었다. 와이즐리는 기존 고객 대상으로 신제품을 선보인 후, 아직 와이즐리를 사용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타깃해서 마케팅을 했다. 우리의 제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변화에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감동했는지, 영상도 만들고 경품 이벤트도 크게 열었다. 와이즐리 역사상 가장 큰 예산이 투입된 캠페인이었다.
그리고 두 달간 진행한 캠페인은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이 마무리되었다.
면도기는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고객들의 인생에서 면도기 브랜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와이즐리가 작은 스타트업이어서가 아니다. 시장의 1위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신경 쓸 것이 얼마나 많은데 면도기 브랜드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겠는가?
그런 고객에게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만 했었다. 고객이 이만큼이나 많이 돌아왔고, 제품이 이만큼이나 좋아졌다고. 고객들은 브랜드가 얼마나 잘 발전하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 앞으로도 딱히 관심 없을 것이다.
다만, 고객들은 면도날이 비싸다는 점에는 여전히 관심 있다. 새로운 제품에도 고객들의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을 때, 우리는 아래 자료를 다시 꺼내보고 숙연해졌다.
2017년 와이즐리를 창업할 때, 고객들은 위와 정확히 같은 불편함을 말했었다. 고객들은 그때도 ‘면도날의 가격이 비쌉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면도날이 불합리하게 비싼 원인을 찾아 해소하기 위해 창업했고, 결국 그 문제점이 해소된 고객들이 많아져 와이즐리가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남성 고객들은 여전히 같은 문제를 말하고 있다. 와이즐리는 아직 시장을 바꾸지 못했다.
와이즐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상 속 경험
고객의 인생에서 면도기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 한순간 눈길 끄는 광고를 만들어 구매를 유도할 수 있으나 오래가지 못한다. 고객은 자신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제품을 원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면도기 브랜드가 아니라 ‘면도할 때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다. 면도할 때의 불편함, 즉 면도 경험을 해결해주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시장을 바꾸지 못한다.
이때부터 우리는 광고에 쓸 돈을 고객들의 경험에 쓰기로 결심했다. 더 많은 광고, 더 자극적인 광고는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와이즐리가 시장을 바꾸는 방법은 ‘광고비와 유통비를 줄인다’가 아니라, ‘광고비와 유통비를 줄여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한다’여야 한다.
회사의 목표는 웹사이트 어딘가에 적어두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와이즐리는 온라인 광고 대행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 돈을 더 좋은 제품 경험에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품 가격에서 원가의 비중을 더 높였다.
와이즐리는 광고가 아닌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는 우리의 목표가 면도기 시장 외에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들이 매일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생활용품 전반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화장품, 샴푸, 영양제부터 곧 출시될 칫솔, 생리대까지. 누구나 한 번쯤 ‘이게 이렇게 비싸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제품들을 프리미엄 퀄리티에 놀라운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와이즐리의 비전이다.
이런 생활용품들 모두 고객의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도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으면 시장에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와이즐리는 매일 일상 속 경험에 집착하고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PM)는 와이즐리의 mini-CEO입니다. 와이즐리에서 진행되는 주요 사업계획을 최전선에서 직접 리드하며, 회사의 목표 달성에 도움되는 모든 일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시장을 혁신하고 싶은 분께서는 아래 채용공고를 꼭 확인해주세요. 주니어 PM, 시니어 Lead PM 모두 채용 중입니다.
팀 와이즐리
WISELY PRO 런칭, 1년 동안 PM으로서 배운 것들
와이즐리의 두번째 면도날, WISELY PRO 런칭을 돌아보며
* 와이즐리 프로덕트 매니저이자 공동창업자인 김윤호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와이즐리, 나는 별로던데...
창업 이후 사적인 자리에서 와이즐리를 소개할 때가 있다. 브랜드 이름을 말하는 순간 마주하는 사람들의 표정, 눈짓은 숨길 수 없다. 시선을 피하며 ‘아, 음..’ 이라고 반응하는 사람과 가성비가 좋다며 엄지를 올리는 사람이 있다.
후자와의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된다. 그들은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엄지를 올린다. 전자는 침묵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집요하게 물어보면 ‘사용해 봤지만 절삭력에 실망했다’는 답이 나온다. 그나마 내가 눈앞에 있으니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던 거지,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평가조차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조용히 브랜드를 이탈하셨거나 주변에 와이즐리 쓰지 말라고 한 마디 남겼을 것이다. 그렇게 부정적인 피드백은 생산자가 아닌 주위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소비자라면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이다.
제품에 대한 비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하다. ‘와이즐리'를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와이즐리는 블로그 협찬을 거의 하지 않아 좋은 경험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따뜻한 칭찬 글만 살피지 않는다. 브랜드 이름에 ‘단점’을 붙여서 검색하고, 익명의 커뮤니티에서 적나라한 후기까지 찾아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와이즐리라는 말에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은 모두 커뮤니티에 있었다. 창업 이후 매일 그곳을 방문해 댓글을 읽고 있다. 읽고 나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갈 길이 멀다
브랜드는 고객들이 성장시킨다. 브랜드 경험이 너무 좋으면 친구에게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추천하고, 경험이 나쁘면 주변 친구를 말린다. 이것을 ‘고객 추천 지수(NPS, Net Promoter Score)’라고 한다.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회사라면 국내/해외 가릴 것 없이 NPS를 기준으로 브랜드의 영향력을 판단한다.
와이즐리도 NPS를 중요한 기준으로 정해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한다. 단순 매출액보다 NPS의 우선순위가 더 높을 정도다.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 집착해야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추천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객 추천 지수라는 말은 어렵고 낯설다. 하지만 누구나 일상적으로 브랜드와 제품을 옹호하거나 비판한다. 친구와 편의점에 갔을 때조차 ‘저 음료는 맛없다, 저 과자는 맛있다’ 평가하는 것이 그 예시이다.
그런데 이 점수는 매우 짜다. 고객은 ‘이 제품을 얼마나 추천할 것 같냐’는 질문에 0점부터 10점까지의 점수를 줄 수 있는데 오직 9, 10점을 찍어야 진짜 추천 고객으로 분류된다. 0점부터 6점까지는 부정적인 사람으로 판단되며 7, 8점은 지수를 측정할 때 아예 배제된다. 적당히 만족해서 쓰는 사람은 진짜 추천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와이즐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시선을 돌린 사람은 추천에 부정적인 고객일 확률이 높다.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은 따뜻하지만은 않다. 내가 만든 제품을 차갑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와이즐리는 핵심 지표인 NPS 조사를 매달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부정적인 고객이 늘어나고 있었다. 주로 면도날의 절삭력 때문이었다. 물론 적극 추천하는 고객도 늘고 있었다. 하지만 추천 고객보다 비추천 고객이 NPS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실제로도 소비자는 칭찬보다 비판을 많이 한다. 칭찬은 스스로의 평판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차갑고 냉정한 브랜드 평가의 세계이다.
와이즐리는 누구나 압도적인 퀄리티의 제품을 놀라운 가격에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NPS가 계속 낮아지면 와이즐리는 성장하지 못할 것이고, 이 믿음을 현실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매일 커뮤니티와 리뷰들을 보면서 저 빨간색을 초록색으로 바꿔야 한다고 다짐했다.
NPS에 집착해 성장한 브랜드가 존재할까?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단언할 수 있다. 위대하다고 평가되는 브랜드 대부분이 그렇다. 그들의 위대한 숫자를 참고하자. 참고로 2021년 3월 외부조사 결과 와이즐리의 NPS 는 7.5점으로, 면도기 브랜드 중에서는 2등이었다. 2등이지만 이들에 비하면 갈 길이 한참 멀었다.
그럼 해결해야지
와이즐리의 기존 면도날(지금은 SENS로 이름붙였다)도 부족하기만 한 제품은 절대 아니다. 런칭 당시에는 한국 남성들의 수염이 서양권에 비해 많거나 두껍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더 부드러운 면도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면도날만 출시했다. 90%가 넘는 정기구매 재구매율은 이 면도날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많은 고객들이 사랑해주고 있다. 다만 수염이 굵은 누군가에게는 이 면도날이 부족한 제품이었다.
와이즐리는 100년 넘게 면도날을 연구하고 전 세계에 면도날을 공급해 온 글로벌 제조사와 일한다. 독일과 미국의 엔지니어들은 와이즐리 런칭 이후 우리 면도날의 한계점에 대해 질릴 만큼 들었다.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와이즐리 관련된 글과 리뷰를 모조리 긁어서 번역하고, 실제 고객들의 제품 만족도를 판단할 수 있는 재구매율 자료도 월 단위로 보여줬다. 불만을 느꼈던 고객들에게서 회수한 면도날 수십 개를 모아 항공특송으로 독일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들은 매번 우리의 집착에 감탄하면서도 괴로워했다.
2020년 8월,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면도날을 보내줬다. 면도날의 공학적인 특성을 요약한 자료도 보내주었다. 독일과 미국의 엔지니어들을 신뢰하지만, 더 냉정한 결과를 보고 출시 여부를 판단하고 싶었다.
우리는 ‘이미 와이즐리에 실망해서 지금은 다른 면도기를 쓰고 있는(..) 고객들’에게 면도날을 보내드리고 인터뷰를 했다. 제품 사용 중단 이유를 묻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색한데, 속기록을 다시 읽어봐도 잔잔하게 실망한 느낌이 흐른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면도날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이탈한 고객들 중 70%가 지금 쓰는 타사 제품 대비 만족스럽고, 80%가 기존 와이즐리 제품 대비 더 만족스럽다고 답변해주었다. 제품은 합격이었다.
이때가 2020년 9월이었다. 그리고 PRO 면도날의 런칭은 2021년 7월이었다. 출시까지 약 1년이 걸렸다. 제품은 합격이지만 와이즐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였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제품이 합격이라고 바로 판매할 수는 없었다. 신제품이 나왔어요! 라며 공지 몇 줄 적는 것은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PRO 면도날은 고객들의 아쉬움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고객들에게 제품을 잘 알리는 것은 물론 고객 경험을 더 섬세하게 만들고 싶었다. 고객들과 PRO 면도날 출시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더니 질문 수십 가지를 들을 수 있었다.
면도날 타입이 하나라서 기존 웹사이트 구매 경험이 간결했고, 그렇게 기존 면도날을 구매하던 고객이 수십만 명이었다. 기존 고객은 물론 앞으로 들어올 수많은 고객들에게 명확한 기준으로 선택권을 드리고 싶었다. 그 준비에 1년이 걸렸다.
면도날은 절삭력만 좋으면 된다고?
면도날을 고르는 남자들에게 뭐가 중요한지 물어보면 “절삭력 아닌가요?”라고 한다. 나는 아무리 남자라도 이렇게 단순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섬세하다. 생활용품은 맘에 들지 않아도 대안이 많거나, 제품의 가격이 낮아서 아쉬운 점을 잊고 지낼 뿐이다.
그래서 고객들과 몇 시간씩 인터뷰를 하고, 30,000개가 넘는 리뷰도 읽어봤다. 면도날을 고를 때 ‘절삭력’은 뭉툭한 단어였다. 실제 고객들은 10개가 넘는 기준으로 복합적인 평가를 한다. 아래는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좋은 면도날의 기준이다.
취향을 존중하자
새로운 면도날 PRO와 스테디셀러 SENS. 누가 어떤 면도날을 좋아할까?
모두가 좋아하는 완벽한 제품은 세상에 없다. 고객마다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 누구는 더 좋아하고 누구는 덜 좋아한다. 그 경계를 찾아야 좋은 경험을 만들 수 있다. 그럼 각 고객에게 PRO와 SENS 2개의 면도날을 사용해보게 한 다음, 위의 기준들로 평가된 데이터를 보면 어떤 고객군이 무슨 제품을 좋아할지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었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2개의 면도날을 써 보고, 위의 10개 기준에 따라 평가한 후 최종적으로 마음에 드는 제품을 1개 선택하게 했다. 고객들은 PRO, SENS 관계없이 본인이 선택한 제품이 10개의 기준 모두에서 더 우월하다고 답했다. 놀라운 결과였다. 더 잘 이해하고 싶어 이들의 과거 면도 경험까지 조사해보았다.
유일하게 발견한 차이점은 SENS를 선택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민감한 피부라고 생각하고 있고, 과거 면도를 하며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컨셉을 여러 개 만들어 또 테스트를 해보았다. 그 결과 PRO는 절삭력과 퍼포먼스에, SENS는 민감피부에 특화되었다고 소개했을 때 만족도나 재구매율이 가장 높았다.
PRO와 SENS의 포지셔닝은 이렇게 결정됐다. 각자의 취향을 알았으니 면도날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웹 경험을 설계하고, 퀴즈도 만들었다. 우리는 고객의 취향에 따른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고민을 없애자
와이즐리는 PRO 런칭 초기 고객들이 1개의 면도날을 선택하면 ‘선택하지 않은 면도날’을 무료로 선물했었다. 여기에도 당연히 데이터와 고객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할 때마다 같은 결과가 나온 지표가 하나 있다. ‘고객이 고민할수록 구매전환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또 테스트했다. 고객들에게 웹사이트에서 PRO/SENS에 대한 설명을 읽고 2개 중 하나의 면도날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실제로는 2종류의 면도날을 모두 주었다. 고객들이 2개의 면도날을 각각 2주간 사용한 후, 최종 선택과 평가를 받았다. 즉, 고객들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2번 있었다.
누가 남성 고객들이 둔감하다고 했던가? 세상 예민한 고객들이었다. 본인의 선택을 바꾼 사람은 제품 만족도와 구매전환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종 선택한 제품이 같더라도 처음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하면 이상하게 제품에 만족하지 못했다. 만족도 차이는 약 50% 이상이었다.
이유는 둘 다 좋은 선택지라서다. 내가 놓치게 되는 아쉬운 선택지가 생겨 ‘고민의 과정’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 SENS 제품을 선택한 고객들은 PRO 제품을 선택하지 못해서 아쉬워했고 사용 과정에서도 고민을 했다. 그 고민은 최종 선택할 때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2주간 고민을 계속한 고객은 결국 만족도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 고민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빠른 선택을 도우며 ‘잘못 골라도 괜찮다’는 안심을 줘야 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선택하지 않은 면도날’을 무료로 드린 이유다.
구매 경험까지 빈틈없도록
다양한 시도 끝에 고객들이 원하는 면도날을 선택해 고민 없이 써보고 결정하는 경험을 만들었다. 당연히 개발팀, 물류팀, CX팀, 회사의 모든 팀원들에게 힘든 작업이었다. 신제품을 내는 데 이렇게까지 고객 경험에 집착하는 건 어디서도 하지 않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니 레퍼런스가 없어 답을 찾기 더욱 어려웠다.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고객들의 데이터를 보고 납득해주신 모든 팀원들에게 지금도 고맙다.
PRO는 신제품인 만큼 원가가 더 비쌌다. 그럼에도 PRO 면도날과 SENS 면도날의 가격은 똑같이 설정했다. 나의 면도 고민이나 취향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굵은 수염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더 많은 돈을 내고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래서 와이즐리컴퍼니의 모든 제품은 타입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 않다.
그 결과
이렇게 공을 들인 신제품은, 큰 성공보다 좋은 교훈을 얻으며 끝났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아프지만 결과가 그렇다.
와이즐리는 이탈한 기존 고객, 그리고 신규 고객들에게 대대적으로 새로운 면도날의 등장을 알렸다. 커뮤니티와 게시판을 몇 주 동안 뒤져 부정적인 평가를 주신 고객들을 찾아서 연락드리고, 신제품 면도날을 선물했다. 수십만 명의 고객들에게 CRM을 보내 ‘우리 이제 변했다’고 말했다. 위의 사진은 실제로 커뮤니티의 부정적인 댓글을 그대로 복사해서 맞춤 인쇄한 패키지다.
이탈한 고객들은 새로운 면도날에 만족스러워했고, 브랜드에 감동하며 다시 와이즐리를 구매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총 35,000명이 한 달 만에 와이즐리로 돌아와주었다.
고객 추천 지수 또한 우리가 목표한 대로 올랐다. 본인에게 맞는 면도날을 선택할 수 있었기에 면도날의 절삭력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줄었다. 그 결과로 재구매율도 PRO 면도날 런칭 대비 20~30%가 증가했다.
문제는 신규 고객이었다. 와이즐리는 기존 고객 대상으로 신제품을 선보인 후, 아직 와이즐리를 사용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타깃해서 마케팅을 했다. 우리의 제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변화에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감동했는지, 영상도 만들고 경품 이벤트도 크게 열었다. 와이즐리 역사상 가장 큰 예산이 투입된 캠페인이었다.
그리고 두 달간 진행한 캠페인은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이 마무리되었다.
면도기는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고객들의 인생에서 면도기 브랜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와이즐리가 작은 스타트업이어서가 아니다. 시장의 1위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신경 쓸 것이 얼마나 많은데 면도기 브랜드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겠는가?
그런 고객에게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만 했었다. 고객이 이만큼이나 많이 돌아왔고, 제품이 이만큼이나 좋아졌다고. 고객들은 브랜드가 얼마나 잘 발전하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 앞으로도 딱히 관심 없을 것이다.
다만, 고객들은 면도날이 비싸다는 점에는 여전히 관심 있다. 새로운 제품에도 고객들의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을 때, 우리는 아래 자료를 다시 꺼내보고 숙연해졌다.
2017년 와이즐리를 창업할 때, 고객들은 위와 정확히 같은 불편함을 말했었다. 고객들은 그때도 ‘면도날의 가격이 비쌉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면도날이 불합리하게 비싼 원인을 찾아 해소하기 위해 창업했고, 결국 그 문제점이 해소된 고객들이 많아져 와이즐리가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남성 고객들은 여전히 같은 문제를 말하고 있다. 와이즐리는 아직 시장을 바꾸지 못했다.
와이즐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상 속 경험
고객의 인생에서 면도기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 한순간 눈길 끄는 광고를 만들어 구매를 유도할 수 있으나 오래가지 못한다. 고객은 자신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제품을 원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면도기 브랜드가 아니라 ‘면도할 때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다. 면도할 때의 불편함, 즉 면도 경험을 해결해주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시장을 바꾸지 못한다.
이때부터 우리는 광고에 쓸 돈을 고객들의 경험에 쓰기로 결심했다. 더 많은 광고, 더 자극적인 광고는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와이즐리가 시장을 바꾸는 방법은 ‘광고비와 유통비를 줄인다’가 아니라, ‘광고비와 유통비를 줄여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한다’여야 한다.
회사의 목표는 웹사이트 어딘가에 적어두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와이즐리는 온라인 광고 대행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 돈을 더 좋은 제품 경험에 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품 가격에서 원가의 비중을 더 높였다.
와이즐리는 광고가 아닌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는 우리의 목표가 면도기 시장 외에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들이 매일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생활용품 전반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화장품, 샴푸, 영양제부터 곧 출시될 칫솔, 생리대까지. 누구나 한 번쯤 ‘이게 이렇게 비싸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제품들을 프리미엄 퀄리티에 놀라운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와이즐리의 비전이다.
이런 생활용품들 모두 고객의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도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으면 시장에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와이즐리는 매일 일상 속 경험에 집착하고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PM)는 와이즐리의 mini-CEO입니다. 와이즐리에서 진행되는 주요 사업계획을 최전선에서 직접 리드하며, 회사의 목표 달성에 도움되는 모든 일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시장을 혁신하고 싶은 분께서는 아래 채용공고를 꼭 확인해주세요. 주니어 PM, 시니어 Lead PM 모두 채용 중입니다.